[이제는 글로벌 커머스다] ① 불안한 커머스 강국 ‘Made in Korea’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1996년부터 1998년 사이 10여개 남짓의 온라인 쇼핑몰사업에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본격화 됐다.

 

당시만 해도 전자상거래 사용자의 대부분은 컴퓨터 사용이 많았던 2030세대 남자들로, 필자가 1990년대 말 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하던 시절 선배들의 주된 논문 주제 역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가장 잘 팔릴 상품에 대한 전망’ 등이 대부분이었다.

 

논문 결과를 살펴보면 컴퓨터관련 하드웨어, 전자제품 등이 판매 순위 상위에 올랐고, 의류·패션 등은 “누가 옷을 입어보지 않고 만져보지 않고 산데?”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탓에 베스트 판매 상품리스트 결과에서 늘 하위권을 맴돌았었다.

 

이베이를 창업한 피에르 오미디아르(Pierre Omidyare) 역시 처음 판매한 물건이 고장난 레이저포인터였고,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된 사실을 감안한다면 당시에는 당연한 미래 예측이었을 것이다.

 

우선, 대표적인 국내외 커머스 사이트의 설립시기를 살펴보면 1994년 아마존이 처음 문을 열었고, 1995년 이베이, 1997년 라쿠텐, 1998년 국내 최초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옥션, 1999년 알리바바, 2000년 G마켓, 그리고 11번가가 2008년에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불과 십수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국내의 경우 현재 3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고, 미국의 경우에는 2020년까지 680조원 이상의 거대 시장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내 커머스 시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지나친 가격경쟁구조와 셀러들의 광고비 부담증가,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의 판매자에 대한 할인요구 등이 대표적으로, 품질과 서비스 중심이 아닌 가격 중심의 구매자 우선정책이 우리나라 커머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네이버 샵N이 론칭 2년도 채 안되어 올해 5월 문을 닫은 것은 단기적으로는 경쟁 오픈마켓이나 종합몰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 다른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이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것이다.

 

인프라 차원의 경쟁력 하락도 풀어야 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커머스는 지난 10년간 가장 진보된 형태의 커머스로 전세계의 롤 모델이 됐다. 그러나 최근 3~4년간은 이렇다 할 신개념의 커머스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루폰을 표방한 티켓몬스터나 쿠팡, 위메프 등이 소셜커머스란 이름으로 등장해 주목받았지만, 결국 또 다른 온라인 종합몰 형태로 변질됐다. 결국 가격경쟁과 상품·서비스의 질적 문제만을 악화시키고 시장 나눠먹기에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로봇을 이용한 최첨단 물류센터나 AmazonDash 서비스, 그리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결제·배송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 역시 모바일메신저나 SNS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으며, 야후재팬은 입점 수수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필자가 이베이코리아에 근무했던 2010년이나 2011년에는 미국과 유럽의 이베이 직원들이 선진 커머스 기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문이 현재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커머스 환경에서 한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면일 것이다.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 있어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아마존, 타오바오 등의 한국 진출 뉴스와 직구족의 증가는 한국의 온라인 커머스 뿐만 아니라 유통 산업전반에 또 다른 좌절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일에는 중국 최대 커머스 업체인 알리바바가 나스닥에 상장돼 시가총액 241조6000억원이란 기록을 세우며 페이스북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가볍게 눌러버렸고, 현재까지도 나스닥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수많은 원인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알리바바와 비슷한 시기 혹은 그보다 앞서 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수많은 커머스 기업 중 단 한 곳도 이 같은 위상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국 커머스 산업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갖게 한다.

 

임지현 미래문화경영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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